광화문 연가
광화문 연가
파견발령받아 광화문으로 출근할 때, 처음에는 특별히 원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마음이 쬐금 우울했지만, 나의 큰 장점인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로 전환되어 출근길이 온통 행복한 사유의 시간이 되었다. 시청역에서 내려 세실극장 뒷쪽으로 서울성공회 안마당을 가로 질러걷는다. 거기에는 탈북자를 지원하는 카페가 있다. 커피도 저렴하고 케익도 싸다. 한잔의 커피를 들고 조선일보의 한적한 길을 걷는다. 이때 비가 오면 더 운치가 있다. 촉촉히 젖어있는 길에 한 손에는 커피를 든 손에서 풍기는 향기가 행복한 바이러스 버블처럼 통통 튀어나온다. 사랑의 열매 건물을 지나 밑으로 천천히 내려가면 바람끼 있는 웃음으로 조지 크로니가 나를 반긴다. 아침마다 오메가를 찬 손으로 동화면세점에서 웃음으로 나를 유혹한다. 난 가슴이 설렌다.
아침의 산책이 부족한듯 싶으면 점심을 빨리 먹고 구러시아공관으로 올라가 캐나다 대사관앞으로 내려간다. 이 서울 중심지에 대사관들이 자리잡은 것이 조금은 서글프지만, 학생들이 재잘거리는 예원예고와 이화여고를 지나 정동회관에 미소공연 간판을 바라다본다. 그러다 지금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청 옆에 배제공원까지 진입한다.
유럽의 어느 길목에 서있는 것처럼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거리, 정동교회가 있는 이 로타리가 마음에 든다.
참 고맙다. 서울의 구석구석에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어서.
서울성공회(중구 소재)
서울聖公會聖堂
서울 중구 정동 3
로마네스크 양식의 3층 교회건물이다. 조선 고종 27년(1890)에 우리나라에 온 성공회 1대 주교인 코프의 전도활동으로 성공회의 기초가 잡히게 되자, 3대 주교인 마크 트롤로프가 건립하였다. 영국인 딕슨의 설계로 감독관 브로크가 1922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26년 5월에 완공하였다.
十자형의 평면구조를 갖고 있는 이 교회는 기초부와 뒷면의 일부는 화강석을 사용하고 나머지 벽체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여 지었다. 건물 전체에 공간상의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율동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종탑부는 중앙의 큰 종탑과 그 앞의 작은 종탑이 생동감있게 연결되어 있다.
서울 성공회성당은 일제 침략기에 서양인에 의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된 본격적인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 문화재청 -
서울성공회(중구 소재)
서울성공회성가수녀원(중구 소재)
담이 높아 중압감이 든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발랄한 마리아가 두팔을 벌리고 노래를 부르며 문을 열고 나올 것 같다.
조선일보와 사랑의 열매로 가는 길, 어느 유럽의 길처럼 운치 있고 조용하다.
시간이 나면 벤치에 앉는다. 이런 시간이 나중에는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
나는 이런 오름길이 좋다. 저 오름 끝이 안보여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세종대왕님 안녕하세요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계단에 올라서면 바로 보이는 세종대왕
아침 문안드리고, 나도 모르게 손이 벌려진다.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신호등을 건넌다. 발걸음이 가볍다
정동극장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 이념 아래 1995년에 건립하였다. 전통예술의 발전과 보급, 생활 속의 문화운동 전개, 청소년 문화의 육성이라는 세 가지 지표 아래 다양한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였으며, 주변의 다른 문화공간과 함께 도심 속의 새로운 문화관광 명소가 되었다.
중명전
대지 2,399㎡(727평), 건축면적 877.8㎡(236평)의 양식(洋式) 2층 벽돌집이다. 덕수궁 별채로 1901년 황실도서관으로 지어졌다. 1904년 덕수궁이 불타자 고종의 집무실인 편전이자 외국사절 알현실로 사용되었다.
중명전의 처음 이름은 수옥헌(漱玉軒)이며, 후에 을사조약(乙巳條約)이 체결되었던 비운(悲運)의 장소다. 궁궐 내에 남아 있는 최초의 근대 건축물로 서울시유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어 서울시에서 관리하였으나 문화재청으로 소유권이 이전 등기 되고(2006년 9월) 2007년 2월에 사적 제124호로 덕수궁에 포함되면서 서울시유형문화재 제53호에서 지정 해제되었다
이화여자고등학교
구러시아공관 공원
점심때 직장인들의 휴식처다.
구러시아공관
국사교과서에 들었던 아관파천, 슬픈이야기는 이런 뼈대하나 상흔처럼 남아있다.
현재 이 러시아 공사관 건물은 정동공원 뒷편 언덕에 꼭대기 부분만 남아 있다. 정동극장 부근에 있는 최초의 서양식 벽돌 건물인 '중명전'은 바로 을사조약이 체결되었던 장소이다. 오늘날 우리가 낭만에 젖어 걷고 있는 덕수궁 돌담길 또한 일제가 덕수궁을 파괴하고 담을 쌓아 만든 길이다.
멀리서 보니 처연하고 아름답다
서울대성공회 야경모습
광화문은 표면적으로는 아름답다. 그 내재된 슬픔때문인지.
내 출근길은 다섯 갈래의 길로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첫째길은 시청역에서 성공회를 가로 질러 조선일보, 동화면세점 쪽으로 가는 길이다. 최단 짧은거리지만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오름길이 있다.
둘째길은 시청역에서 덕수궁뒤쪽으로 가서 미국대사관과 덕수궁후문 사이 돌담길을 걷는다. 구세군회관과 덕수초교를 거치면서 구세군회관 앞에 놓여있는 파라솔에 잠시 숨을 고른다. 이길은 치안유지가 좋다. 항상 전경들이 지키고 있다
셋째길은 시청역에서 덕수궁, 정동회관에서 야외 벤치에 잠시 앉아있다가 예원예고와 캐나다대사관 사이 오름길을 걸으면 하얀집 구 러시아공관을 만난다. 그러다 내려가는 길에 중구와 종로구의 경계지표를 본다. 늘 행정구역을 나누는 그 지점이 궁금했었는데.
네째길은 광화문역에서 내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앞으로 나와 세종문화회관의 생각하는 의자를 보며 오늘 전시는 무엇을 하나 귀웃거린다. 언제가는 한번 관람하리라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다섯째길은 시청역에서 서울시청 신축공사 쪽으로 나온다. 프레스센터를 지나 걷다보면, 무가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프레스센터라 그런지, 시간이 조금 여유나면 청계천을 잠깐 바라다 보다 출근을 재촉한다.
나의 출근길은 이렇게 풍요롭다. 아침마다 맞이하는 광화문 출근길이 좋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며 길에서 사유하는 모든 것이 좋다.
사람들이 목적을 향하여 빠르게 잰걸음을 걷는 모습과 반대로 난 잠깐 여유를 누린다.
오랜만에 득도한 느낌, 가을에는 또 이 길이 어떤 빛깔과 이야기로 변해서 나의 감성을 젖힐까 수상하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