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강릉1박2일, 바다여행 덤으로 하는 커피여행 (둘쨋날)

뚜뚜가디 2016. 12. 2. 21:59

강릉 12일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바다여행

 강릉 1박 2일 바다여행

숙소에 들어와서 딱 한잔 한잔 마시던 맥주와 소주병이 계속 늘어난다. 벌써 새벽 3시가 되었다. 내일 일정이 걱정된다. 서울로 올라갈 때 장거리 운전할 사람도 걱정되고, 강릉여행을 운전하는 소장님이 걱정이 되나, 우리는 묵은 이야기를 계속 풀어냈다. 우리가 지냈던 그 시간과 공간이 참 좋았고 행복했다고 서로 몇번인가 반복해서 말을 했다. 창밖에는 비가 바람을 동반하여 요동치고, 슬슬 내일 일정이 걱정이 된다.

겨우 눈을 부쳤는데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다. 소장님이 아침 운동을 가자고 한다. 밖을 보니 강릉의 날씨는 우리를 초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비가 계속 내려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다. 남자들은 참으로 부지런하다. 비가와서 산책가는 것을 사양했다. 술독을 풀려고 산책을 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 여자팀장들도 더이상 수면을 취할 수 없어 7시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화장을 했다.

오늘 아침식사는 강릉에 유명한《고분옥할머니순두부》집이다.

 

<둘째날>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리는 폼이 오늘 우리 여행 내내 동반자가 될 모양이다. 우선 아침을 하러 떠났다.

강릉시 초당동에 있는 순두부집이다.

☞아침식사 고분옥할머니 순두부

강릉시 초당동 308-11 033-652-1897


 

비가 오는데도 아침부터 식당은 여러개의 방으로 되어있는데 모두 꽉 차있다. 음식은 향토색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먹기에 편하다. 거부감 없이 맛은 적당하나, 유명세를 타는 만큼 맛은 평범했다. 내게는

다음 코스는 영진에 있는 보헤미안의 카페다.

☞영진의 보헤미안
네비게이션은 영진보헤미안을 자꾸만 산골로 안내한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들어선 것 같다. 그러다 더 나오지 않을 산아래 보헤미안의 건물이 딱하고 버티고 있다. 건물 외형은 귀곡산장같이 의시시 하고, 언듯 보면 영업을 안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2층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커피향이 우리를 반긴다. 귀곡산장 답게 어두운 분위기, 과거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안경에 김이 사라지면서 카페는 친근하게 우리를 맞는다. 우리는 커피에 탁월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문서의 설명대로 취향 껏 4가지 종류를 시켰다. 나는 르완다 커피를

언제부터 강릉에 커피축제를 할 만큼 커피가 특산물로 자리 잡았는지, 이곳에 처음 뿌리를 낸 사람이 대단하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외곽의 이곳까지 이끈 사람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보지 못했던 종류의 커피를 외래어처럼 주문서에서 읽는다. 잘 의미도 모르는 것을 주문했다.

 

카페 창밖으로 내다보는 강릉 바다는 새벽보다 더 성이났다. 우리의 입장을 불허할 모양이다.

 

 

우리가 선택한 커피의 종류에 맞게 커피잔이 각기 다 다르다. 내 커피는 르완다, 귀족스럽고 테두리의 문향이 고급스러운 우윳빛 잔에 까만 커피가 어울린다. 사진을 찍어보니 더 분위기가 있다. 이 사진은 책 표지 하드커버에 좋을 것 같다. 비가 오니 커피 향이 더 진하게 내 몸을 감는다. 밖은 비바람이 내리고 잠시 비를 피해 들어온 이방인 앞에 놓여있는 커피 한잔, 더이상 말이 없을 정도로 충분하다. 한 시간은 그렇게 우리의 감정을 빨아드렸다.

 

남애향
비와 바람이 더 거세졌다. 너울성 파도가 도로까지 근접하게 위협하고 있다.

산 꼭대기 홀로 솟은 소나무만 도도한 듯 서있으나, 자세히 보면 흔들림으로 바람의 세기를 알려준다.

 

전망대는 난파된 배처럼 안전하지 못하다. 

 

어제 그렇게 잔잔하던 파도가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를 대하고 있다.

우산을 쓸 수도 없이 바람이 불어와 그냥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전망대에 더이상 비바람을 버틸 수 없어 우리는 차를 탔다.

 휴휴암(休休庵)은 비가 올 때 보는 것이 더 장관이라고 한다.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비를 뚫고 휴휴암을 향해 차를 타고 달렸다. 

 휴휴암(休休庵)에 들어서니 초입에 불이문

사찰본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이라는 뜻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혜관세음보살

흥법스님이 천일 철야기도를 드리는 2006년 봄에 바다 절벽밑에서 키가 크고 하얀 옷을 입은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이 바다에서 용출하신 모습을 친견하고 불사원을 세웠다.

 우측에는 동해해상용왕신, 9용신, 좌측에는 남순동자를 모셨다.

....

연화대

동해 해상용왕을 모신 연화대

많은 불자들이 이곳에 제를 지내고 있다. 한쪽에서 방생을 하고

 

 

휴휴암,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졌고, 미워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시기와 질투, 증오와 갈등까지 팔만사천의 번뇌를 내려놓는 곳,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창건된 휴휴암은 1999년 바닷가에 누운 부처님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며 불자들 사이에 명소로 알려졌다.

용왕에게 누군가 재물을 주어야 파도가 멈출 것 처럼 요란한 소리로 우리의 기를 죽인다.

바다 경계선 가까이에 다가가지 못하고 그냥 바라다 본다. 소장님의 생각이 옳았다. 이렇게 비오는 날 이곳에 온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비바람 속에 화답하는 성난 파도의 기세에 눌러 우리는 가까이도 가지 못하고 그렇게 서있었다. 자연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그래서 제를 올리는 사람들, 눈물인지 비인지 그냥 얼굴을 닦지 않았다. 슬픈심청가가 이곳에 흘러나오면 딱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웃고 계신 포대화상

포대화상은 몸집이 크고 배가 나왔다. 항상 호탕하게 웃고 자루를 짊어지고 다니며, 누구나 길흉화복을 물으면 대답하는데 틀림이 없다. 사람을 만나면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는 것을 가르치고,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며 자루 속에 있는 것을 나누어주고 다닌다.

이곳에서 작은 불상과 해학적인 얼굴, 동자들의 해맑은 눈을 보니 부산의 해동용궁사가 자꾸 겹쳐진다.

처음 바닷가에 있는 해동용궁사를 보았을때 참 신비로웠다. 약간은 세속의 냄새도 나긴 했지만

 

 

☞죽도암

하조대 가는 길에 죽도암에 들렸다. 죽도암은 안의 내부를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한번 올 빌미를 주었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하조대, 생략할까 했는데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하고 하조대로 떠났다.

 

 

하조대 주차장에 들어서서 왼쪽편으로 내려가다 올라가면 등대가 보인다.

선원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가는 길을 이끌어 주었을 등대는 이제 우리에게 추억과 낭만을 일으키는 상징물이되었다. 그 주변에 펼쳐진 기암괴석 아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바다의 깊이를 감춘다. 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의 날씨다. 이런 날은 더 많은 사유와 그 외로움이 뼈마디가 아프지만, 참으로 멈출수 없는 유혹적이다.

 

 

 

하조대 라는 이름이 유래된데는 두가지 설이 있는데, 고려말 새왕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하륜과 조준의 성을 땄다는 설과 이루지 못한 사람의 주인공 성을 땄다는 설이 있다. 하조대 정자 앞에서 보면 기암괴석과 그 위에 위험스럽게 솟아 있는 소나무가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위태롭지만 긴 세월을 버티고 있는 그 비대칭이 내 마음에 든다. 난 편안한 구도보다는 저런 불편한 구도가 더 좋다. 위태로움의 끝은 저 성난 바다다.

 

 

과거에 하조대를 온 적이 있지만, 이렇게 이번 여행처럼 마음으로 다가 온 적은 없었다. 아마 그때는 동해안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관광지로 주변을 둘러본 곳 중에 하나의 후보지였다. 차에서 내려 한번 가볍게 산책을 하고 그렇게 짧게 떠났던 것 같다. 여백도 없이,

과거에 갔던 여행지는 10년이 지나면 다시 한번 가보는 것이 좋다.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그때 배경음악처럼 날씨도 많은 비중이 있다. 내게는 그렇다.  

단양면옥:양양군 양양읍 남문671, 033-671-2227

 

☞단양면옥       

강릉에서 현지인이 소개해준 단양면옥에서 마지막 식사, 수육과 비빔냉면 모두 맛있다. 너무 과하지 않고 편안한 맛이다. 이번 여행은 먹는 것도 참 호사였고 관광지도 다 좋았다.

 

첫날은 날씨가 맑아 바다를 닮은 하늘을 보며 바다부채길을 걸었다. 해뜨는 장면을 애국가와 함께 비장하게 기억했던 그 동해의 촛대바위는 비정상적으로 위태롭게 솟아 있다. 밤바다, 바닷가의 야경과 은은한 조각공원을 산책하면서 찍었던 유치한 사진속에 우리는 행복해 보였다.

둘쨋날 비가 내리고 성난 파도속에 보았던 남애항, 휴휴암, 하조대 등의 비내린 무대는 더 웅장했다. 용왕과 딱 어울리게 너울성 파도는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는 듯 그렇게 계속 울었다. 게다가 여행중 휴식타임처럼 덤으로 간 사천카페, 노란조명아래 그윽한 커피향은 내 몸에 사치의 세포가 분열하게 했고, 귀곡산장같던 영진보헤미안카페는 고전소설에 나오는 사실주의 장면처럼 그렇게 고정되었다.

 

이번여행은 힐링의 시간이었다.

바다길의 프레임,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 모두가 하모니가 되어 더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