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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닮은꼴 |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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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가 가져다 준 기억의 여행
많은 사람이 영화 워낭소리를 회자되었을 때, 나는 미루던 영화를 아침일찍 아들과 함께 서둘러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나는 영화를 볼때면 항상 조조를 본다. 가격이 싼 것도 큰 장점이지만 자리의 이동이 자유롭고 쉽게 편안한 장소에서 몰입할 수 있기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10년전 겨울여행을 떠났던 그 기억속으로 필름을 되돌렸다. 그때 여행코스는 강원도 해안도로를 천천히 보면서 운전하다가 울진에서 꺽어 내륙으로 여정을 계획한 느린 여행일정이었다. 울진 불영계곡의 화려한 모습에 반하여 콧노래를 부르다가 1월 겨울은 일찍 어둠이 조금씩 내리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봉화로 가던 내륙의 산길 깊은 골짜기에 우리여행에 또하나의 초대받지 않은 동행이 있었다. 강원도 한계령부터 스물스물 뱀사위처럼 그렇게 따라오던 눈발이 갈 수록 심해지며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속도를 천천히 내던 내 하얀 르망은 자꾸만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겨우 찾아간 주유소는 눈이 하얗게 덮혀있고 한철 여름철에만 문을 열었는지 오랫동안 함부로 버려저 있는 듯 보여지고 아무도 없었다. 그제서야 봉화라는 지명을 발견했다. 간혹 헤드라이트 빛만 어둠속에서 보이고 뒤에 따라오던 차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봉화가 참으로 낯설고 깊은 오지에 버려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고립된 느낌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겨우 주유소를 찾아 가득 기름을 채워놓고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아 그제서야 봉화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내 여행지중 중요한 주인공으로 스폿도 받지 못하고 경유지로도 표시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정으로 잡혀있던 봉화는 그렇게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왜 영화를 보면서 그 기억이 났을까. 10년이나 지난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전혀 기억속에 끄집어 내지 않았던 시간이. 투박한 80의 노인 최할아버지의 고집, 한번도 한눈을 팔아본적이 없는 그런 답답함, 그속에 투박한 외곬속에서 눈뜨면 또 아픈다리를 끌고 오는 할아버지나 지친 몸을 이끌고 쇠약한 소의 그 질긴 가죽이 시지푸스의 어쩔수 없이 거스르지 못하는 그 운명의 긴 언덕을 보았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가슴 한 귀퉁이에 통증이 느껴졌다. 최할버지와 40년의 삶을 동행한 늙은 소과 겹쳐보였다. 최할아버지가 소였다가 늙은 소가 최할아버지였다 그러다 계속 주절주절 후렴구처럼 할머니의 노래소리가 깔리고. 10년전 그때 내게 다 보여주지 않던 여인의 속살처럼 그런 신비와 어울리지 않던 질곡의 그 힘줄이 봉화를 닮았다. 그래서 그렇게 그냥 서있어주길 희망한다. 또 10년이 지나 그곳을 지날때 또 하나의 우직한 워낭소리로 그렇게 또 나를 만나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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