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카베(母べえ Kaabee)

뚜뚜가디 2012. 5. 14. 15:21

카베(母べえ Kaabee)

홈페이지 해외 www.kaabee.jp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요시나가 사유리, 아사노 타다노부, 단 레이, 시다 미라이, 사토 미쿠  

 

 

 

감독: 야마다요지(2007년)

수상: 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2009)

3회 아시안필름어워드(2009)

32회 홍콩국제영화제(2008)

 

영화의 줄거리는

2차 대전 시작 즈음 일본,

아버지 시게루가 치안유지법위반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잡혀 들어가고 이로 인해 한가정이 해체되는 위기를 겪게 되지만

엄마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 중심을 잡으며 남편의 옥바라지와 두 딸을 키우며 묵묵히 가정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다.

 

이 가정을 도와주는 시게루의 제자 야마자키, 시누이히사코가 그 시대의 소소한 생활 삽화가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이끌어간다.

 

여기서 그 혼란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의 3가지 유형이 나온다.

첫째 유형은 전쟁을 반대하는 소수자, 아버지 시게루

두 번째 유형은

국가가 치루는 전쟁을 찬미하는 대다수의 군중과 반장, 외할아버지(경찰서장) 등

세 번째 유형은

국가의 행동에 반대하지만, 겁이 많고,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엄마를 비롯하여 야마자키, 고모 등

 

감독은 세 번째 유형의 사람들처럼 감정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이 시대를 그냥 스쳐가듯이 슬쩍슬쩍 건드린다. 그 시대를 평가하는 것은 그 시절에도 어려웠듯이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아니면 지금 일본인이 갖고 있는 역사적 한계인지 모른다. 독립영화의 성향을 띤 역사의 고발을 기대했던 내게 이 영화는 안일하게 표현한다. 이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스톡홀롬의 증후군처럼 인질범이 인질들에게 인간적인 행동으로 동화 되듯이,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 이입되어 시게루가 지켜나가는 그 사상이 무책임해 보인다.

이 영화 표현은 강하지 않게 보슬비처럼 조금씩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스며들게 하더니 오히려, 감상자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으로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 시게루가 가진 사상이 오히려 이기적이지 않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반상회에 모인 사람들이 궁성요배를 하기 위해 황궁쪽으로 엎드려 예를 하다 그 중 한사람이 천황이 출타중이니 출타한 곳을 향해 예를 들여야 한다는 사람과 천황이 사시는 곳에다 예를 다해야 하는 주장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우화식으로 그려진다.(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역사의 강을 우수꽝스럽게 건넜다는 것인가?)

여기서 시대의 대표인 반장은 그냥 보면 정이 많은 소시민이다. 하지만 그 사람 내면에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추종하고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국가가 하는 것은 옳은 것이고 善이다. 우리가 미워할 사람이 너무 평범하고 고의성이 없어 혼란스럽다

 

이 영화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엄마와 야마자키다. 야마자키는 유약한 지식인으로 어떤 사상을 가진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표현된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침묵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어느 부분은 침묵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지식인, 야마자키가 갖고 있는 사상을 읽어낼 수 없다. 그가 전쟁에 징용되고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할 세계관, 사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소소하게 이 따뜻한 가정과 이별하는 것이 야마자키가 갖는 슬픔이 크다.

엄마의 사상과 생각에 대한 표현은 여백에 가깝다.

전쟁에 아이들을 황국시민으로 가르치면서 내면적인 갈등없이 조용해 보인다.

원래부터 엄마는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과 가치관이 없었는지 모른다. 남편이 곧 정의다. 

 

이 영화는 끝까지 전쟁에 대해서 침묵한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