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떠나는 뚜벅이 여행( 샤러니 숲)
게스트하우스, 제주의 새벽, 창밖의 바람소리가 계속 나를 깨운다. 오늘 여행에 적신호를 알린다. 바람소리로 가늠하면 추위와 함께 샤러니 숲을 완주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아침까지 바람소리는 수그러 들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오늘 날씨에 샤러니 숲 여행이 가능하냐 물으니 나쁘지 않다고 한다. 그말에 오늘 일정대로 그냥 강행군이다. 이 날씨로 다른 일정을 짜기도 힘이 들긴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빵과 계란후라이까지 해서 아메리카 커피를 마시고 오늘은 바람이 인도하는 대로 가기로했다. 일단 샤러니 숲이다.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서 타고 가려니 광양사거리 던킨도너츠 앞에 버스가 있다고 한다.
<세째날>
☞광양사거리에서 샤러니 숲까지 이동방법
광양사거리 던킨도너츠 앞에서 (710, 720, 730)번 버스를 타고 샤러니 숲에서 하차
☞제주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뚜벅이 여행객에게는 교통편이 편리해서 좋다.
운치는 없지만
☞요금 6인 도미토리 20,000원, 독방은 28,000, 조식 제공
☞제주 여행책자나 컴퓨터로 여행정보를 구할 수 있다.
☞샤러니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친절하게 버스내에서 방송이 나온다.
샤러니 숲길입구부터 바람소리가 우리를 훼방놓는다.
하지만, 렛츠고
☞사진속의 바람은 어디로 숨은 것인지
을씨년스러울 뿐 어디에도 안보인다.
☞ 우박이 떨어진다. 모자를 쓴다.
까마귀는 자신의 왕궁을 침입하는 여자가 있다고
동료들에게 계속 신호음으로 부지런히 알려준다.
☞신비의 숲, 그 숲길에 우박, 까마귀, 바람이 동행이다.
☞계속 이정표가 있어 내가 온 길과 갈길을 알려준다.
☞물찻오름은 지금은 금지지역이다.
☞바싹마른 나무가지, 이런 풍경도 좋다. 화려하지 않지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순수한 가지의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래서 난 겨울의 풍경이 좋다.
☞이 우박을 뚫고 오는 사람이 반갑기도 하고 뒷모습을 보니
내 모습처럼 을씨년 스럽다.
☞숲길을 걷기에는 평탄하다.
계속 이런 길을 걷는다. 주변에 훼방꾼만 없다면
☞서귀포로 가까워 질수록 숲길의 풍광이 잘정리 되어 걷는 것도 물론 바라다 보는 풍광도 좋다.
이제 까마귀도 소리도 친숙해지고, 바람도 잦아 들다가 또 우박에 모자를 쓰고 중무장하고 걷는다.
☞눈바람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이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는 미래의 제일 건강한 나, 고맙다. 지금의 현실이, 이제 50이 넘으니 시간에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이 생긴다, 덤같은 이 시간이 고맙다.
☞혼자여행은 나름대로 많은 사유가 있어 좋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지면 남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이 걸린다는 거.
☞이제 샤러니 숲과 안녕을 구하고.
☞오늘의 다음 코스는 두맹이 골목, 벽화마을 그곳에 가기전에 점심을 먹으로 동문시장에 들어갔다.
오늘의 날씨는 계속해서 눈비가 동행할 모양이다.
☞동문시장의 소고기 국밥
가격은 6,000원, 맛있다. 속이 든든하고 적당하게 친절하다. 또 비와 바람이 분다.
배속에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술이 생각난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아 참기로 한다.
☞동문시장에서 동문초등학교로 쪽으로 올라가서
동문초등학교 맞은 편 골목으로 걸어가면 돼지아저씨 음식점이 보인다.
이곳이 두맹이 골목 초입이다
☞이 동네는 과거로 시간여행이다. 준비 되었는가?
☞60년 70년 시대의 과거가 빛바랜 흑백사진 처럼 그렇게 박제되어 있었다.
☞내 어릴때 모습이 있고
☞오빠의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고
☞우리를 지켜보던 누렁이도
☞두맹이 골목은 작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은 재미있었다. 흑백사진 처럼, 아니면 지나간 신문처럼 그런 기억을 붙잡고 우리가 살던 산동네 기억의 저편으로 잠시 이동시킨다. 조금은 슬프지만 아련한 기억의 파편
☞바람은 계속 불고 몸이 꽁꽁 얼어 이제 여행도 지친다. 이제 오후 4시밖에 안되었는데, 할인 항공권을 예약한 관계로 저녁9시까지 기다리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힘이 들고 먼저 공항에 가서 항공권을 취소하기로 했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면 마일리지로 사용해야지 하고 아시아나 카운터에 갔다. 항공권을 취소하려고 하니 다행히 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다. 요금도 더 지불하지 않고 그냥 예약해준다. 오, 아시아나, 땡큐, 베리땡큐다.
☞비행기에서 바라다 본 한국이 낯설다. 고등학교 사회과부도시간에 점토로 만든 우리나라 산맥들을 바라다 보는 느낌. 터키에서 가파도키아의 열기구에서 보았던 괴기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비현실적인 그런 내가 사는 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매년 겨울에 제주도에 혼자 오곤 했다. 뚜벅이 여행으로, 이번의 여행에서 우도도 좋았다. 검은 흙과 바다, 말의 똥마저도 어울리는 그런 색의 조화, 끝없이 펼쳐지는 파란 바다를 바라다 보며 17km 나만의 사유시간, 힘이 들고 지친 내게 주는 보너스다.
둘쨋날 샤러니 숲, 이름으로도 느낌이 있는 숲, 붉은 흙이 나를 인도한다. 바람, 우박과 함께 그 신비의 문을 다가서는데 까마귀는 계속 내주변을 맴돌며 효과음을 내며 기웃거린다. 나를 거부하는 바람을 가르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 머리 위로 나뭇가지가 날아다닌다. 어느 새 그 분위기와 함께 어울려진 삽화처럼 그렇게 걷는다. 계속 혼자다. 이 숲길이 지루해질 즈음, 서귀포로 가까워질수록 아기자기한 풍경이 나를 인도한다. 갈대와 아직도 지칠줄 모르는 바람~~~ 이 시간이 고맙다. 이 자연을 허락한 긴 세월의 시간의 겹, 나이를 먹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예전에는 앞으로만 걸었는데, 지금은 이 시간이 고맙게 느껴지고, 다음에 이 시간이 또하나의 좋은 기억의 축적으로 남을 것이다. 이 과거의 삽화는 미래의 내가 시간여행에 좋은 동반자가 되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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