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7코스 올레길을 걸었으니 이번에는 16코스를 갈까 하니 남편의 얼굴은 어제 많이 힘들었나보다. 16코스는 다음 번에 가기로 하고 박쥐 모양 같은 바금지오름을 오르고 시간이 나면 주변을 돌아다 보기로 했다. 인터파크로 예약할 때 같이 온 문자에는 카멜리아힐 입장권이 무료같았다. 바금지오름에 가기전에 카멜리아힐(동백수목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겨울의 동백나무 숲은 동화처럼 비현실적일 것 같았다. 숙소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 리조트의 짐을 정리했다.
혼자 제주도를 여행할 때 찜질방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냈을 때 비용도 더 들은것 같은데 이번 여행 가성비는 최고다.
카메리아힐 위치: 안덕면 병악로 166, 요금 7,000원 (무료)
바금지오름(단산), 대정항교숙소, 사계, 산방산
산방산, 렌트카 k5
카메리아 힐에 도착했다. 입장료가 7,000원, 카메리아힐 핸드폰메일을 보여주니 남편까지 2인용 티켓을 준다.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일었다. 남자들은 입장료, 주차비에 대한 심한 알러지가 있는 모양이다. 무료라고 하니 한결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동백의 향기에 온통 혼미해진다. 사진을 찍는 뷰를 많이 설정해 놓아 장식을 달아놓았지만 우리는 패스
카메리아 힐 테마 길은 아기자기한 동백꽃향기가 가득하다. 동백꽃은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도 아니고, 동백꽃하면 어딘지 토속적인 느낌이 나는데 영어로 카메리아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화려한 레이스와 투박한 무명의 전혀 다른 질감, 단지 영어와 한국어로 불리었을 뿐인데, 아마 동백꽃은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이미지가 강해서 화려함 보다는 비밀의 섬 순박하지만, 비밀스러운 무엇이 있다. 참으로 동백꽃은 파란 윤기나는 입에 빨간 꽃인데도, 저고리를 입은 붉은 분칠을 한 그런 여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부부가 사유지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다.
겨울철에 오니 동백꽃이 만개한 그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이곳은 겨울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부부가 만든 정성에 고마움을 느기며 꽃향기와 눈에 취해 어질어질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단지 고마울 뿐이다.
고인 물에 떨어진 동백꽃도 하나의 그림이 된다.
연못에는 비단 잉어가 돌아다니고 그 주변에 만개한 동백꽃이 주변을 더 빛낸다.
감나무에 감은 유난히 작지만 많이 열렸다. 과실용이 아니란 전망용이라 그런가.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입을 다 벗어버린 나무가 연못에 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조화의 장미가 장미터널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축복해주고
동백꽃이 나무 가득 피어 정원에서 서로를 뽐내고 있다.
저 붉은 꽃은 누구의 가슴에 불을 피우고
화원으로 알고 들어서니 매점이다. 유리 화원처럼 꾸며져 있고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곳에서 동백의 향수에 취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려본다. 제주에 그렇게 여러 번 왔어도 이곳은 처음이다. 숨어있는 비경을 찾는 기분이 있다. 그 숨은 보석은 늘 설렌다.
전망대, 이곳에 오르면 동백정원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다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손길이 닿은 정원인지
화려한 동백꽃을 보니 올레의 리본이 생각난다. 초록색과 주홍색의 리본, 올레길을 걷다보면 꼭 갈래길 나무가지에 묶여 있는 그 리본은 우리에게 올레길을 인도하지만, 그 리본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때로는 함께 동행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위로하는 손길이기도 하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잎과 온통 피어있는 빨간 동백꽃에 내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이곳에 나무 하나도 그냥 그렇게 서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울러져 있다.
의자가 재미있다. 누군가 손으로 나를 감싸주는 신의 손처럼 넓고 안정감이 있다.
카멜리아 힐 뒷편에 이렇게 해학적인 상은 우리의 전통은 아닌 것 같다.
분재처럼, 서 있는 나무의 섬세한 세포가 다 드러나는 겨울이 나는 좋다. 다른 계절에 입은 옷은 전체를 볼 수 없다. 왠지 휑한 바람이 솔솔 불면 그 흔들림이 다 전달되는 그런 겨울의 바싹 마른 나무가지를 보면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자코메티의 마른 골절처럼
인공 폭포가 정원의 하나의 장식물로 배치되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나는 곳에서 나도 한장 착칵
나무의 깊이에 카멜리아힐의 장식은 작다. 나만큼이나
이렇게 제주에 또 하나의 겨울을 선물해주었다.
올레길 걸으면서 마을 곳곳에 보았던 동백꽃에 갈증을 느꼈는데
이곳은 향기와 눈에 가득하게 만개한 동백꽃에 나도 취해 얼굴이 붉어진다.
카멜리아힐에서 다음 목적지, 바굼지오름으로 떠났다. 먼저 대정향교를 목적지로 하고 떠났다.
추사의 흔적을 찾아온 대정항교 초입에는 바람의 말을 잘듣는 나무가 위태롭게 서있다.
그옆에 겁많은 개가 목청껏 짖어댄다. 외로워서 일까?
오래된 고목이 수호하고 있는 향교의 적색 문이 활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내부는 방치된 느낌이다.
돌담으로 둘러쌓인 향교와 추사의 흔적을 보듬어 준 나무가 서로를 위로하듯 긴 시간을 그렇게 담고있다.
단산
응회구의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으로 침식에 의해 분화구의 일부만이 남아 있으며, 그 형태가 거대한 박쥐가 날개를 편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바굼지오름(단산)이라 한다. 바굼지오름인 단산 응회구는 제주의 지질학적 층서구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쇄설성 퇴적층으로, 이는 주변의 산방산 용암돔과 용머리 응회암층의 형성연대와 직접 대비되는 것으로서, 제주화산도의 기반형성과 고지리 복원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기생화산체의 위치결정과 함께 오름의 노두는 오랜세월 파식(波飾), 풍식(風飾)에 의하여 지금은 골격만 남아있는 상태다. 바위봉우리가 중첩된 북사면은 수직의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고 있으며, 남사면은 다소 가파른 풀밭에 소나무, 보리수나무가 듬성듬성 서있다.
서사면 기슭자락에 태고종 단산사(壇山寺)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고, 남동쪽 기슭에는 유형문화재 제4호인 대정향교(大靜鄕校)가 있으며, 향교 밖 서녘 길가에는 산기슭 바위틈에서 흘러 나오는 석천(石泉)이라 부르는 이름난 샘(속칭 `새미물`)이 있다.
`바굼지`는 바구니의 제주방언이나 원래 `바구미`였던 것이 `바굼지`와 혼동되어 한자표기도 한자의 뜻을 빌어 簞山(단산)으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산은 세봉우리로 중앙의 봉우리는 가장 높고, 좌 우의 두봉우리는 주봉보다 낮아 박쥐의 모양과 흡사하며, 곧 주봉은 박쥐의 머리를 이루고, 좌 우의 두 봉우리는 박쥐의 두 죽지를 이루고 있다. 일본 아이누족(蛾夷族) 말에 박쥐를 `바구미`라고 하는데, `바구미`는 옛날 퉁구스족이 쓰던 말로 지금도 아이누족의 말로 남아 있다고 한다. 한자이름 파군산(破軍山)은 `바굼지오름`을 한자의 음을 빌어 표기한 것이다.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공식 관광정보
대정향교를 지나 언덕에 올라가면 우측으로 공터가 보이고 단산산책로 입구표시가 있다.
정상까지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가파른 나무계단이 정상을 향해 있어 정상에 가려면 계단길을 피할 수 없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면 평야가 펼쳐져 있고 한쪽은 신비한 산방산이 보인다.
우리가 바굼지 오름만큼 특이한 모양의 산방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형세가 다르다.
이제 산을 내려간다.
산을 다 내려오니 내가 올랐던 바금지 오름의 모양 또한 괴이하다.
제주에는 올레길 말고도 여러가지 길이 있다.
화순모래해변에 나무와 꽃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 내 마음을 끈다.
화순모래해변에서 사계로 길을 옮겼다. 남편의 마지막 낚시를 하러
산방나들목에서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은 20,000원 적당하다.
사계리포구, 우뚝 선 등대가 바다를 지키고 있다.
.
하멜상선, 계단을 올라 들어간 선체의 내부는 초라하나
산방산에서 바라다 본 하멜상선은 제법 운치가 있다.
산방산 근처에 몇번이고 왔어도 한번도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절을 방문하는 것으로, 산방산 절관람은 무료다. 초입우측에 들어가면 먼저 보문사가 보인다.
보문사
보문사는 1964년 김대현 스님이 약 16m²(5평) 남짓한 슬레이트 건물에 법당을 만들면서 창건되었고, 1969년 4월에 건물면적 82.64m²의 대웅전(대웅보전)을 건립하였다. 1998년 3년간의 대대적인 불사를 벌여 현재의 법당과 종각, 일주문 등이 들어섰다.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의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로 봉안되었으며, 뒤쪽으로는 천불상(千佛像)이 봉안되었다. 대웅전 동쪽으로 내부에 독성탱·칠성탱·산신탱 등의 불화를 모시고 있는 굴법당 형태의 삼성각이 있으며, 범종각은 2층 누각형식으로 지어졌다.
대웅전 앞 왼쪽으로는 보문사 주지 강설스님이 태국에서 남방불교를 수학하고 1986년 귀국할 때 가져온 석가여래의 진신사리 33과를 봉안한 5층 금강사리대탑이 서 있다. 금강사리대탑 옆에 있는 불상은 높이 약 5m의 용두관음상으로, 전세계가 평화로운 불국정토가 되기를 발원하는 의미로 조성되었다 한다.
2층 누각 형식의 범종각은 1976년 건립되었다가
1997년 개축한 것으로 위층에 무게 5t에 달한다
해수관음상에서 바라다 본 풍광은 사계, 하멜상선, 용머리해변이 펼쳐져 있다.
산방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의 산방산(山房山, 높이 395m) 초입(初入)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불교태고종 사찰이다.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 높이 200m 지점에 있는 천연석굴)에서 수행하던 유정호(柳貞鎬)가 1928년 4월에 창건하였다. 산방굴사에서 수도하다 입적한 고려시대 승려 혜일법사(慧日法師)의 법맥을 이어받은 사찰이며 일제강점기에는 법정사 무장항일운동을 주도한 방동화(房東華)스님이 주석하였다 한다.
2층 누각 형식의 범종각은 1976년 건립되었다가 1997년 개축한 것으로 위층에 무게 5t에 달하는 범종이 놓여 있다. 사찰 구석구석으로는 해수관음상과 미륵불상, 석탑, 비석 등 갖가지 조형물이 배치되어 있다. 그 중 해수관음상은 높이 9.09m, 무게 약 60t에 달하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석불로, 경기도 포천에서 운반해온 화강암 통돌을 다듬어 1996년 조성한 것이다.
해수관음상이 바라보는 사계리 앞바다로는 용머리해안과 사계리포구,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가 펼쳐지며 장관을 이룬다.
[네이버 지식백과] 산방사 [山房寺] (두산백과)
이번 제주여행은 그전에 가지 않은 올레길 17코스, 바굼지오름과 카멜리아힐 모두 좋았다. 혼자 여행을 갈때는 여행지 선택이 제약이 있다. 올레길을 가기전에 공항에 도착하면 올레도우미코너에 가서 내가 갈 올레길이 여자혼자 갈 수 있는지 문의도 하고 조언도 받는다. 게다가 오름은 항상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해서 나 같은 뚜벅이 여행객이 가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보니, 그런 곳도 배제된다. 그러면에서 보면, 남편과 함께하는 여행은 올레길과 오름은 즐기면 되었다. 올레길이 조금 길어 걷는데 훈련이 안된 남편으로 불평을 듣기도 했지만,
겨울철에 많이 떠나는 제주여행은 가격면에서도 가성비가 좋고, 여행객이 많이 없어 호젓하게 사유할 수 있어 좋아 특히 많이 간다. 겨울에 올레길을 걷다보면 마을 어귀에 핀 동백꽃은 여행자를 무장해제하고 떨어진 꽃을 머리에 꽂고 걸어본다. 인적이 드물어 혼자 셀카도 찍고, 허밍도 하고 그렇게 이방인처럼 길을 걸어간다. 동네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도 반갑고, 아직 출하된지 않은 귤도 반갑다. 그러다 만난 겨울바다, 옷깃을 세우고 철지난 겨울바다는 그래서 더 시리다. 순순하게 바다를 바라다 보며 동행한 매서운 바람에 얼굴이 꽁꽁 얼어 찾아간 작은 카페는 그래서 더 포근하고 이방인에게 따뜻함을 준다. 적당히 지친 몸에 뻐근한 다리는 카페에서 긴장을 멈춘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을 입에 대면 먼저 커피향이 나를 마비시킨다. 이럴때 도시에서 지친 나를 위로한다. 괜찮다고.....자꾸 눈이 뿌예지는 것은 뜨거운 커피때문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몇시간 만에 휘발되더라도,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러면 된거지
'제주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 혼자떠나는 뚜벅이 여행(샤러니 숲)2 (0) | 2014.12.28 |
---|---|
여자 혼자 떠나는 뚜벅이 여행(우도편) (0) | 2014.12.07 |
제주 또 하나의 섬, 비양도 (0) | 2014.03.02 |
여자 혼자떠나는 뚜벅이 여행 (거문오름, 성판악) 둘쨋날 (0) | 2014.01.11 |
여자 혼자 떠나는 뚜벅이 제주여행(거문오름, 성판악)첫째날 (0) | 201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