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7일째 9월2일( 금)
산츠역- 시체스 - 레이엘광장-구엘저택- 람블라스 거리 - 몰데 라 푸스타(밤)-숙소
8일째 9월 3일(토)
사그라다파밀리아 공원- 몰데라 푸스타(낮)-람블라스거리-호안 미로의 모자이크-인천
이제 스페인 여행도 끝을 달리고 있다.
시체스는 바르셀로나에서 1시간 거리인 근교에 있고, 무엇보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우리는 주저없이 한국어로 발음하기 무서운 이름의 '시체스'를 가기로 결정했다.
산츠역에서 9시43분 차를 타면 체스까지 30분 소요된다. 1인당 왕복요금 8.2유로다. 어제 매트로를 얼마나 많이 이용했는지 아들과 난 10회를 사용하는T10패스를 다 사용했다. T10을 각자 사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T10을 9.95유로에 샀다.
한사람이 먼저 패스를 매트로 투입구에 넣고 통과한 후 뒤로 넘겨주고 다시 투입하면 된다. 나올때 그냥 문을 열면 된다. 요금은 2명이 들어가면 2명의 요금이 찍힌다. 1일 패스를 사는 것보다 요금도 절약되지만 탈 때마다 표를 끊는 것이 불편하여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패스 사용이 편리하다.
매트로 T-10 패스 요금은 9.95유로, 마드리드에서는 버스도 같이 사용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매트로만 사용했다.
시체스 기차표, 왕복 8.2유로
시체스 열차- 렌페, 산 비뱅크 데 칼데르 행
R2열차 1인당 왕복요금 8.2유로 약 30분 소요
2층 기차, 여행할 때 기차는 목적지까지 계속되는 설렘을 안겨준다. 특히, 이방인으로 낯선 곳에서의 열차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일부로 일층을 외면하고 열차 2층에 올라갔다. 승객들의 인종이 다양하다. 그 속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섞어 있다. 시체스까지 기차로 가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쉽다.
시체스역
기차안에서 소수민 아주머니들이 떠드는 소리가 신경쓰일 때 즈음 창밖에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의 첫인상은 너무 자극적인 애인같다. 불같이 타오르는 불같은 사랑, 첫눈에 반하는, 그러다 불이 꺼지면 길들여지는 시간의 간격속에 편안함과 게으름이 있다.
창밖에는 작은 해변들이 스쳐가듯 보인다. 시체스가 가까워진다. 파란 바다에 풍덩 마음을 빼앗긴 채, 빠르게 시체스에 도착했다. 시체스에 내렸다. 생각보다 작은 역이라 안심이 된다. 어느 곳으로 가나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바다가 보일 것 같다. 지도를 펼치지 않고 그냥 걸었다. 작은 골목들 사이에 보이는 하얀 집은 우리나라 이온 음료광고에서 본 화면처럼 그렇게 정지되어 있다. 지중해, 하얀 건물에 파란색 베란다가 눈에 들어온다. 아기자기하고 좁은 골목이 예쁘다. 작은 카페에 녹색의 모히또 한잔을 시켰다. 정작 마시고 싶은 것은 모히또가 아니고 여유였다.
길 끝나는 곳에 바다가 있었다. 언덕 위에 오래된 작은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내가 스페인에서 봐왔던 대성당 같은 위엄이 없어 더 만만하고 편안하다.
성당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갔다. 그리고 가만히 성당의 문을 열었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성당이다. 더이상 나는 이곳에서 주늑 들 필요가 없다. 미사시간이 아니라 들어갈 수 없었지만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 너무 화려해서 다가갈 수 없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성화의 강한 메세지는 강압처럼 공포로 다가와서 내내 불편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미처 올리지 못한 기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당은 미사를 드리는 공간이다. 기도드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없이 그냥 무례하게 카메라를 찍어대는 곳이 아닌
성당에서 마음의 안정을 받고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성당 뒷길을 걸었다. 오래된 앤티크한 거리, 중세의 건물들에 둘러쌓인 나는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흰색의 외벽 건물에 베이지색 테두리로 정갈하게 정리된 건축양식은 나를 과거의 시간에 옮겨놓았다. 그 오래된 흔적이 있는 건물 틈에 파랗고 높은 하늘, 저 멀리 보이는 바다, 길은 작은 벽돌로 반듯하게 깔려있다. 어느날 위로 받고 싶을 때 이곳에 오면 치유가 될 것 같다. 이곳에서는 시계가 필요없고 마음가는 대로 하늘 색과 똑같이 닮은 빛의 바다를 정신없이 보면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은 티끌처럼 바람에 날라가 버릴 것이다. 누가 나에게 이런 장소를 선물해주었을까? 옆에 있는 아들을 보며 '좋~~다'고 하니 아들의 표정도 내 모습이다. 혼자여도 좋고 또 이런 감상을 누릴 수 있는 아들과 함께여서 좋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계단에 앉아 있었다. 뜨거운 햇빛만 피한 것이 아닌 힘들었던 마음도 이곳에서는 다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길 구석구석 과거의 이야기가 있다. 마음을 열면 이곳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윗층 복도에 수도복을 입고 느리게 걸어가는 수도사가 보인다. 창문 넘어 밑에서 쳐다보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자 허둥지둥 갈길을 간다. 내가 이렇게 아래서 위를 쳐다보듯이.
시체스 해변, 이곳은 가족단위해변인지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몇몇의 여성은 상의를 탈의하고 썬텐을 하고 있다. 너무 자연스럽다. 가족해변 뒷편으로 가면 게이들의 해변, 이곳은 올 누드로 활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자연인들끼리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동성애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곳은 더 자연스럽다.
의자의 위치를 선정한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자신들이 편안한 뷰를 설정했는지 공원의 의자가 스페인사람들처럼 자유롭다.
우리나라 행정은 의자를 질서정연하게 맞추어 놓았을텐데
핑크색 꽃이 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뒷편으로는 고성으로 둘러있다. 그곳에 작은 식당이 자리잡았다. 한낮의 식당은 조용하다. 이곳에서 파스타를 먹고 싶었지만, 눈으로만 스캔하고 마음만 잠시 쉬다간다.
시체스에서 점심을 먹는 대신 레알광장에서 메튜델피아를 먹기로 하고 시체스를 떠났다. 마드리드에서 보지 못했던 바다가 바르셀로나 시체스에 있다. 이번 여행은 예기치 않았던 여행지가 더 매력적이다. 무방비 상태라 더 아름답고 조용한 소도시가 좋다. 세고비아도 그렇듯이 시체스는 한번 더 오고 싶다. 그때는 여유있게 하루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여행에 가면 언제 이곳에 또 올까해서 많은 것을 보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을 위한 사전답사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하다.
레알광장에 있는 레스 퀸세니츠레스토랑
메뉴델디아 1인당 9.86유로, 맥주 1.97유로 식당홀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여행가이드책에서 소개된 곳으로 특히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다. 가격대비 맛도 성공이다.
구엘공원
7시20분에 도착하니 입장시간이 8시, 관람시간도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 입장권은 1인당 8유로
아직 입장할 시간이 되지 않아 구엘공원 주변을 산책했다. 공원 산책길에 가우디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곳만 산책해도 될 것 같다. 기둥 하나 하나도 평범하지 않고 가우디 답다. 큰 비늘을 한 코뿔소 같기도 하고
구엘공원에서 바라다 본 바르셀로나 시내는 서울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선인장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러면 서울 같지 않겠지
가우디의 후원자인 구엘은 전원주택의 건설을 의뢰했다. 훗날 구엘가족들이 이곳을 바르셀로나시에 기증하면서 구엘공원으로 탄생했다.
구엘공원에 입장료를 끊으며 30분 동안 무슨 관람을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공원은 장난처럼 익살스럽고 동화 같기도 한 이 건물과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사람이
동일인 이라는 것이 놀랍다.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공룡에 잡혀먹힌 후, 공룡이 재치기를 하자 한번에 사람들이 입속에서 튀어 나온 것 같다. 가우디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후원한 구엘도 대단하다. 고흐가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동생 태흐가 있었던 것 처럼, 가우디는 좋은 동반자 구엘을 만난 것이다.
밤이 되자, 람바스거리를 지나 몰 데라 푸스타, 바르셀로나 포트에 갔다. 포트주변에는 흑인들이 데모를 하고 있었다. 흑인들은 불법 노점상으로 경찰과 대치를 하고 노점상을 열게 해달라는 시위같았다. 아들과 나는 바르셀로나 포트를 걸었다. 바다를 낀 항구에는 벤치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밤바다를 산책하기에 참 좋다. 그러다 힘들면 벤치나 계단에 앉아 어느 곳에서나 쉴 수 있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마음이 확 달아오른다.
바다라는 독주의 분위기에 취해 노천카페에서 홍합찜과 맥주, 모히토를 시켰다. 20.3유로 이곳에서 뭔들 맛이 없으랴,
홍합찜이 생각보다 더 맛있다. 맛있는 음식과 불어오는 밤바다의 속삭임,
스페인의 마지막 밤은 빠른 태엽을 감은 듯 너무 짧아 아쉽다. 그래서 슬펐다.
콜롬버스 동상
스페인어로 콜론이라 불리는 콜롬버스 동상의 왼손에는 미국의 토산물인 파이프가 들려있고
오른 손은 콜롬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이 있는 지중해 너머를 가리키고 있다.
바르셀로나 지하철안에는 개도 동반자처럼 탑승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렇게 마지막 하루가 갔다.
8일째 9월3일(토) 스페인을 떠나는 날
오후 비행기 시간이라 오전에 사그리다파밀리아 성당을 관람하고 바르셀로나 대학, 마지막으로 어제 밤에 보았던 바르셀로나 포트를 한번 더 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사그리다파밀리아 성당 입장을 하려면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 표를 구입하려니 대기시간이 4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 관람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곳도 다음 산티아고 순례시 방문하는 것으로 하고 성당 외부만 쳐다 보았다. 볼 수록 경외롭다. 몬세라트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성당을 설계한 사람의 사유는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사람일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가우디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사그리다파밀리아 성당내부를 관람하지 못하는 대신 성당 자체에서 운영하는 기념품가게에 내부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다.
미완성인 사그리다파밀리아 성당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사그리다파밀리아 공원에 앉았다. 연못 물빛으로 비추는 성당의 모습이 아름답다.
바르셀로나 대학 내부는 굳게 닫혀 있었다.
바르셀로나 포트를 낮에 보니 밤에 느꼈던 서민적 감상과는 다른 느낌이다.
요트들이 꼿꼿하게 자존심을 드러내고 항구를 장악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거리의 예술가와 기념촬영
나도 이곳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팁을 주었다. 이 더위에 무거운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에 위로하고 싶었다.
람블라스 거리
노천 화랑, 예술가 퍼포먼스, 노천카페, 작은 기념품가게들이 몰려있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생동감있고 유쾌한 기운으로 이 거리에서는 모든 것이 다 용서될 것 같다.
호안미로의 모자이크
람블라스 거리에서 보카리아 시장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모자이크가 나온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호안미로가 설치한 것이다.
. 2층 기차를 타고 별 기대 없이 만났던 시체스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오래된 성당의 뒷길은 중세의 시간을 옮겨 놓은 듯 했다. 파란 바다를 닮은 하늘 아래 회색벽아래 돌길을 걸었던 시간, 그곳에서 시간을 잊고 돌계단에 아무렇게나 앉아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고마웠다.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순간이...
밤바다를 비추던 가로등, 바르셀로나 포트의 야경도 좋았다. 거기서 먹었던 모히또도 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도
지금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아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강행군도 없이 하루에 중요한 것 하나만 보겠다는 생각으로 느린 여행을 했다. 지도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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