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동행한 소리여행, 음식과 함께한 북큐슈여행 2-하우스텐보스】
【1월 9일 월요일-나가사키 짬뽕, 모스버거】
8시30분 하카다역에 갔다. 벌써 3일째 하카다역에 출근하니 익숙하다. 하우스텐보스 기차를 기다렸다. 내가 일본에서 본 기차 중 가장 화려했다. 빨간색과 파란색,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네덜란드 국기가 연상되는 기차다.
하우스텐보스 기차
하우스텐보스역에서 나가사키와 사세보행 기차시간표
우리를 얼마나 화려한 곳으로 안내하려는지. 두 시간이 좀 못되어 하우스텐보스에 도착했다. 먼저, 옛 고성을 닮은 아나호텔이 다리 넘어 우리를 맞는다. 화려한 하우스텐보스때문인지 저 멀리 보이는 하우스텐보스의 역사(驛舍)는 우리나라 도깨비를 닮은 것 같아 유괘하다.
도깨비를 닮은 하우스텐보스의 역사(驛舍)
아나호텔
하우스텐보스입구
하우스텐보스 입구에서 우리의 하우스텐보스 일정을 짰다.
테디베어하우스→캐널쿠루즈→돔투른→포르센레인뮤지엄→팰리스하우스텐보스→우주탐험→캐널쿠루즈
처음 관람지 테디베어하우스는 곰인형이 살아 있는 표정으로 스토리를 말해준다.
입구에 있는 꿈의 마차를 타고 테드이야기로 고고
표정이 살아있다. 안경넘어 편안한 얼굴로 모두를 수용할 것 같다
네덜란드어로 하우스텐보스는 숲속의 집이다. 네덜란드 보다 더 네덜란드 다운 곳. 캐널쿠루즈, 배를 타고 운하를 운행하면서 천천히 바라다보는 하우스텐보스에는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은 환상의 도시다. 물위에는 백조가 여유있게 유영하고 있다. 동유럽에서 보았던 고성, 어두운 역사의 배경을 품고 있는 그런 성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만화 같은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유쾌한 모험을 떠나는 해적선, 원피스가 있다.
캐널쿠루즈에서 바라다 본 풍경
네덜란드에 온 착각을 일으킨다. 옆에서 남편은 갈 나라에서 네덜란드는 생략하라며 싱겁게 웃는다
참 한가롭다
이곳 어디에선가 며칠간 칩거하면 글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 시일것 같다.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이상향
운하가 있고 노래가 있고, 다리 밑으로 보이는 풍경, 내가 좋아하는 화면이다. 다 드러나지 않는
돔투른
돔투른 정상에서 바라다 본 하우스텐보스
유쾌한 모험을 떠나는 해적선, 원피스
화려하다. 중국의 어느 나라를 본따온 듯한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팰리스하우스텐보스가 더 매력적이다. 팰리스 정원은 한국의 외도와 비슷하나 덜 화려하다.
팰리스 정원은 한국의 외도와 비슷하다
붉은색 벽돌의 성 아래 정원에는 야외 무도회가 펼쳐질 것 같다.
이곳에서 오드리햅번이 나타샤의 왈츠를 추면서 멜하라를 보고 한번 웃을 것 같다.
그래서 거기에 사랑이 시작된다.
팰리스하우스텐보스
이야기가 궁금하다
갑자기 날씨가 더 추워졌다. 패키지 멤버(?)는 오후 일정 나가사키에 가고 싶지 않은 표정이다. 하우스텐보스 안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기로 했다. 그래 꼭 나가사키 신지차이나타운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나가사키가 꼭 보고 싶은 게 아니다. 하우스텐보스에서 나가사키까지 해안을 따라 달리는 시사이드라이너를 타고 창밖으로 바다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가사키도 패스. 나가사키짬뽕은 돈코츠라멘 보다는 먹을 만 했다. 남편은 볶음 면을 먹었다.
나가사키짬뽕 볶음면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지 인기투표를 만장일치로 하우스텐보스보다 유후인에 몰표를 주었다. 나가사키를 패스하다보니 아들은 신사를 보고 싶어 했다. 기온에 있는 구시다신사로 정했다. 구시다신사는 도시 중심지에 있다. 후쿠오카의 마츠리에 장식가마를 보관하는 곳이다. 오래된 고목과 정원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우리가 간 날이 성년의 날이다.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슬픈 곳이다. 민비를 시해했던 칼을 보관하는 곳이다.
일본의 신사는 참 화려하다. 정문에 세워진 붉은 색 도리이는 정신의 세계로 이끄는 문. 올해의 개인 운세가 나무에 달려 있다. 나도 한국어 판 운세를 꺼내 나무에 매달았다. 나무는 저런 많은 사람들의 운세를 가지에 매달고 올 한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신사 뒤쪽에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개 석상이 보인다. 신사는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출근할 때나 퇴근 시에 간단하게 인사하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절은 그런 면에서 차분하고 경건하다. 산사에 위치하는 지리적 요인도 있겠지만, 참,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생각이 알면 알수록 더 깊게 든다. 그리고 참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십자가가 눈에 뛰지 않는다.
간 날이 성인식이라 그런지, 아니면 휴일날 늘 그렇게 몰리는지 기복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신사 뒤편의 정원, 익살스럽다.
신사에 가면 항상 이렇게 자신의 운세를 걸어놓는다.
우리나라 부적과 비슷하다. 타인의 기복을 기원하고 신사는 번창한다
하카타마찌아 후루사토칸: 메이지와 다이쇼시대 하카타의 옛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관
일본의 재래시장처럼 보이는 간도리코를 지나며 기웃거리는데 아무래도 아들의 여행스타일은 아닌지 지루해한다. 나는 이런 것이 좋은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나카스강을 따라 멀리 캐널시티의 화려한 조명이 빛난다.
나카스의 밤은 네온빛깔에 취해 흐느적거린다. 나카스 포장마차에 풀어내는 많은 사연들은 강물의 불빛에 숨는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아니면 이른 시간 때문인지 포장마차가 많이 있지 않다. 규슈, 일본의 남쪽, 내가 느끼는 이곳 사람들은 도시보다 더 활기차고 무례(?)하다. 아들만 없으면 이곳에서 한잔 마시고 싶다. 포장마차 주인의 호객소리를 뒤로 하고 계속 캐널시티까지 걸었다.
캐널시티 안의 포장마차
남들은 이곳에 쇼핑을 하러 가지만, 우리는 이번 여행의 테마, 음식을 만나러 간다. 아들은 첫날 먹었던 회전초밥이 생각나는가 보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회전초밥. 고!
아들은 피곤했는지 호텔에 도착하자 바로 잠이 든다. 오늘, 아쉬웠지만, 그래도 음식여행은 성공이다.
나도 오늘 많이 걸었는지 피곤하다.
【1월 10일 화요일- 신라면】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다. 공항에 가기 전 하카타역 근처에 있는 스미요시신사에 들렸다. 붉은 색의 도리이가 지키고 있다. 붉은 색은 가슴을 뛰게 한다. 내가 본 일본은 조용하고 소박했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는 신사는 그렇지 않았다. 하나로 모으는 힘, 전체주의 정신의 지주처럼 선동하는 무엇이 보였다. 국화와 칼처럼 참 이들은 두 개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스미요시신사
신사와 전체주의, 붉은 색, 선동적이고 겁이 나는 힘이다.
샤머니즘보다는 전체주의가 더 강하다
이번 여행은 아들을 위한 음식여행이었다. 음식여행에서 대부분 일정대로 이루어졌다. 내가 상상했던 거와 비슷하기도 했고 전혀 다르기도 했다. 아들은 이번 여행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모른다. 아들은 이번 여행에서 음식만 생각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어느 한 귀퉁이에 살아남아 작은 불씨를 키울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으로 변이 되어 나타날지 궁금하다.
내가 보는 일본은 우리와 다르다. 대중은 늘 기다림이 준비된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는 지하철 곳곳에 시민들의 편의시설로 의자를 마련해 놓지만 이곳은 참 불친절하다. 우리의 관광지는 부산스럽고 들떠있다. 하지만, 일본은 차분하다. 우리는 놀이기구도 스릴이 많고 짧다. 일본은 평이하지만 길다. 음식도 다르다. 우리는 푸짐하고 자극적이다. 일본은 미학적이며 맛은 담백하다. 우리나라는 영토는 작지만 큰 것을 좋아한다. 집도, 차도. 하지만 일본은 작은 것을 디자인으로 승화하며 수납이나 다른 부분에서 풀어낸다. 우리나라 사람들 패션은 보편적이다. 유행을 따라가지만, 우리는 주변을 의식한다. 하지만 일본 패션은 도전적이다. 다른 면에서는 주변을 의식하지만 패션을 표현하는 데는 주변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인다. 일본 사회는 주변을 배려하고 참을성이 많다. 우리는 잘 참아내지 못한다. 어떤 것이 옳고 틀리다 말할 수 없다. 문화가 다른 것이다. 우리의 단점은 성급함이지만 우리가 현재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의 장점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갑자기 매운 신라면이 먹고 싶다. 항아리에 막 꺼낸 김장김치를 먹고 싶다. 아삭아삭한 소리와 함께.
여행에 중독된 나는 늘 아쉽다. 직장에서 휴가를 쉽게 내지 못해서 이번 돌아가면 또 언제 오나 하는 아쉬움에 늘 갈증이 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해외에 오면 풍경이나 문화지보다 사람들 사는 모습이 더 마음을 끈다. 그런 것을 보면 오히려 사람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 상처받을까봐 스스로 방어를 하는지 모른다. 나는 여행을 통해 배운다. 과거에는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판단했던 것이 다름이라는 문화를. 이번 여행은 내 스타일 여행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을 위한 여행으로 성장기에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이곳에 다시 한 번 오고 싶다. 그때는 언어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이곳 사람들을 알고 싶다. 정말 내가 먹었던 일본음식과 그렇게 닮아 있는지 궁금하다. 내게는 아직 청하(술)는 목에서 넘어가지만 사케는 걸린다. 끝.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리게 하는 일본여행(히로시마)- 물속의 붉은 색 도리 미야지마, 긴타이교 (0) | 2016.10.26 |
---|---|
느리게 하는 일본여행(히로시마)- 정지된 시간, 원폭돔 등 히로시마 시내 (0) | 2016.10.24 |
아들과 둘이 떠난 큐슈여행(3박4일)-두번째 이야기 (0) | 2014.05.25 |
아들과 둘이 떠난 큐슈여행(3박4일)-1 (0) | 2014.05.04 |
음식과 함께한 북큐슈여행(하카타, 유후인) (0) | 2012.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