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바람, 눈, 그리고 스위스의 하이디산

뚜뚜가디 2013. 2. 1. 20:11

 

바람, 눈, 그리고 스위스의 하이디산

이탈리아 밀라노를 지나 스위스로 향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갈때 버스가 고장나서 고속도로에서 그 큰 버스가  후진한다. 고속도로에서 거의 공포의 시간을 지낸 그 버스와 운전수 세트로 스위스 고지를 올라간다고 하니 겁이 났다. 내려서 밀으라고 할 것 같다. 하늘은 구멍이 났는지 비가 계속 쏟아지고 버스 천장 군데군데 물이 새어 버스안은 거의 난민수준이다.  운전수 아저씨는 '안토니오'라는 이름을 가진 키가 작고 다혈질 이탈리아사람이다. 오히려 아저씨가 전화로 누구에겐가 화를 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 추위를 잊으려고 핫팩을 꺼내 손에 문지르니 따뜻한 기운이 손에 전달된다. 잔뜩 껴입은 옷때문에 몸이 둔하지만, 밖은 춥다고 하니 할 수 없다. 

호텔에서 준비한 커피믹스를 보온병에 담아왔는데 제법 맛있다. 지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되겠지만, 지금은 무사히 스위스 하이디에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갑자기 차안에서 여기저기 감탄사를 연발한다. 계속 펼쳐지는 그림같은 정경이 그냥 아, 하 감탄뿐이다. 안토니오아저씨도 힘들어 하는 차도 잊었다. 스위스의 정경이 모두를 삼켰다.

이탈리아를 넘어 스위스로 가는 국경,

우리나라 톨게이트 넘는 것 보다 더 쉽다.

 이곳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  

 

 저 키큰 침엽수 뒤로 설산이 버티고 있다. 

 

 

 휴게실

스위스 올라가는 길에 잠깐 휴게실에 들렸다.

우리나라 휴게실처럼 큰 휴게실이 아니고 기름을 넣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휴게실이다.

유럽의 휴게실은 거의 이런 규모이다. 항상 이런 곳에 차가 멈추면 화장실부터 갔다온다.

 

 

  

 눈 덮힌 산아래 마을에 그 많은 세월을 함께한 나목이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 많은 것을 견디고 인간의 무엇을 다 보았을까?

 

 

산, 구름, 호수, 나무들

 

 

 

 

 판화처럼 질감을 넣었다. 산 중턱에 하얀 건물의 교회가 모인다. 이렇게 각자 생활하다

 일요일 교회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와 떠도는 소문을 전하면서 친목을 다지겠지.

거기서 젊은이들은 사랑을 만나고, 나이 든 사람들은 고독을 나누며 

 

 버스 창밖으로 산아래 전원주택이 펼쳐져 있다.처음에는 감탄하다 바로 밖의 풍경이 익숙해 졌다. 

 

 

 

 

 

 

 

저 집뒤로 보이는 길을 버스가 올라간다. 계속~~~ 

 

 

 

 

 

 

 

 

 

 

 

 

 

하이디 정상에 있는 산장, 창밖을 보면 진한 위스키 한잔을 마시면 눈바람도 세상 시름도 다 잊을 것 같다  

 
 
 
 산장에서 먹은 음식, 나름대로 괜찮다. 하지만 스프는 내 입맛에 안 맞아 패스

 

 

 

 

정상은 비바람으로 사납게 나를 쉽게 받아 주지 않는다.

이런 곳에 잠시 고립되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잊혀가는 삶속에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리프트가 잠시 멈추었다.

 리프트에 올라갈 때는 4명이 탑승했는데 내려갈 때는 바람이 더 심해져서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 한다. 잘못하면 고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5명이 탑승했다.  그래도 리프트에 덮개가 있어 닫으니 추위와 두려움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

 

산에 내려오니 산아래 동네는 조용하다. 저 위의 산사태 소식을 아는지.

알퐁스도데의 별이 생각난다. 저 정상의 어느 곳에 떠꺼머리 총각이 밤에

별을 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너무 평온하다. 

루체른(LUZERN)

호반의 도시, 하지만 여기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는다. 레게머리를 한 나무들이 온통 젖어있다.

우리는 창밖으로 잠시 너를 본다. 잠깐 그렇게 들렸다 가는 것을 포기하고  

 

 

 

스위스 자연은 참 목가적이다. 그런데 정제된 차가움이다. 겨울에 본 스위스라 그런지. 더욱 그렇다. 아니면 작년에 스위스로 파견간 팀장이 보낸 메일내용에 스위스 사람과 스위스의 냉정한 문화를 욕하면서 인간성이 없다는 그 말이 지금 생각나서 인지도 모른다. 

아마, 스위스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 스위스은행, 중립국 어떤 이유이든 냉정하게 중립을 지키는 힘, 스위스시계는 정확하다. 누구나 알아 주는 명품이다. 하지만 고급스러워 내가 꿈꿀수 있는 시계가 아니다. 바티칸에 서 있던 근위병, 아직도 카톨릭 과거로 시계를 돌려놓은 듯한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옛 복장을 입고 세상에 흐름에도 변함없이 그런 태엽인형 같은, 이것은 스위스가 살아나가는 큰 힘이다. 하지만, 항상 포커페이스를 하지 못하는 한국인인 나로서는 부럽기는 하지만 절대로 내가 따라 할 수 없는 얼굴이다. 

오스트리아도 표면적으로는 목가적인 풍경의 밑바탕이 같은 그림이다.  내가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는 스위스보다는 더 따뜻한 계절에 방문해서 그런지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자연과 더불어 입가에 허밍이 불러지며, 언젠가 꼭 한번 트래킹을 하러 다시 오고 싶고, 힐링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지역 중 한 나라다.

스위스를 갔다 온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사진 속에 모습하고 풍경이 많이 달라 실망했는데, 스위스는 어디가나 풍경이 사진과 똑 같다는 말을 했다. 풍경은 그렇다. 그러나 내게는 마음의 여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위스는 군대적인 그런 틀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한국에 가서도 오래갈 것이다. 한 사람이 막연하게 한 나라를 평가한 다는 것은 참 무모하지만, 지금은 내 느낌이 그렇다.

 

 

뿌잉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파리로 떠난다.

내가 중학교때 읽었던 개선문의 라비크가 나타날 것 같다.

파리의 어디선가 조용히 그 차갑고 시린 이성을 가진 남자를 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설렌다. 하지만, 모른다. 프랑스 영화에 키 작고 배나온 아저씨들의 천국인 피카소 얼굴들이 가득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