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코스 남원쇠소깍 올레(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14.7km)
남원포구-큰엉입구(1.2km)-신그물(3.5km)-곤래골올레점방(5.5km)-존베머틀코지(7.1km)-넙빌레(10km)-배고픈다리(11.6km)-예촌망(12.8km)-쇠소깍(14.7km)
2011년 12월 올레길 19코스를 혼자 공포를 느끼며 걷던 기억이 난다. 가도가도 아무도 없고 오로지 내 발자국 소리가 다시 되돌아오고, 겨울 계속되는 바람소리는 내 귓가에 계속 울어대었다. 그런 음삼한 마음이 가득해서 일까, 터벅터벅 침입한 나를 동네개들이 짖어대고, 나를 거부했다.
힐링으로 떠난 여행이 히치콕 영화속의 주인공으로 목 뒤가 쭈삣쭈삣했던 그런 공포속에서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동화 한편을 건지긴 했다.
그러다 제주올레길에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보고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 났다.
지인들도 워낙 혼자 돌아다니는 내가 생각났는지 안부전화를 했었다. 그래서 뜸했을까? 하지만, 올레길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면 더이상 올레길이 아니다.
그래서 또 떠났다.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말고 5코스만 완주하자고. 자연스럽게 인적이 드문 곳은 코스에서 열외되었다. 다행히 남편도 동행하기로 했다.
남원포구
우리의 애마를 주차시키고 이제부터 5코스를 걷기를 시작하는데 비가 간간히 내린다.
다른 일행은 판쵸에 단단하게 준비하는 데 우리는 슬슬 떠났다
바다에 위치한 펜션이 여유로와 보인다.
파라솔 옆에 나무 그네도 보인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두 화목한 가족사진의 포즈처럼 어디선가 웃음이 들릴 것 같다
한장 나도 찍어본다.
큰엉입구(1.2km)
남원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바다를 뒤로 하고 큰엉에 올라가 본다. 올라가는 길이 참 아기자기 하다
동백꽃도 피어있고
올레길로의 만남이 아닌, 이곳에만 한번 다시 와도 좋겠다. 조용하게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는 산책길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정도의 비경은 곳곳에 숨어있다.
포토존, 나무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우리나라 지도를 닮았다
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멀리서 보니 바위처럼 보인다. 바다, 바위, 언덕이 어울러 또 하나의 비경을 만들어 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음미한다. 음, 좋다.....
남원큰엉을 지나니 마을에 절이 있다, 절에 누구의 소유인 지 모르는 오토바이가 서있다. 단청의 색 등 너무 세상과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고목은 오랫동안 이곳에 서있으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고목은 신기가 있어보여 괴기스럽기까지 하다(절을 삼킬 것 같다)
초입이 아니면 이곳에 쉬면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갈 길을 다시 그려보고 싶다. 천천히...
자연에 미친 난, 오늘도 꽃 꽂은 여자다.
길 끝나는 길에 나무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길을 걷는 나그네를 마중나왔다.
<정호승의 미안하다>의 시가 생각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무릎과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유채꽃, 제주하면 생각나는 꽃
우리가 가는 길에 계속 따라다닌다.
신그물(3.5km):
단물이 나와 물이 싱겁다는 뜻에서 불리워졌다는 그길에
나그네의 길을 멈추게 하는 꽃들이 펼쳐져있다.
꽃다발 처럼 꽃속에 또 꽃이
꽃속에 꽃, 접사로 찍었는데 여운처럼 내마음에 스며든다
게스트하우스, 별장처럼 깔끔해보인다.
언제 한번 묵어야 겠다.
조배머들코지(7.1km)거의 반왔다.
위미항에 있는 뾰족한 기암괴석 곶
저런 집을 집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간판을 보니 건축학개론 촬영지다. (현재는 공사중)
그때는 창이 큰, 집이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전혀 느낌이 다르다
한마을을 지나간다. 낮은 돌담사이로 인심이 들려온다. 기침소리도....
누가 이렇게 정원을 꾸며놓았는가. 치장한 모습이 거추장 스럽다. 내눈에는
동네어귀에 누군가 담위에 올려놓았다. 귤인가, 그 크기를 측정하려고 남편이 손으로 재본다. 우아, 크다
내가 가는 길에 나무가 내려다 본다.
이 돌길을 걷는다
문앞에 특이한 사과 인형들의 조형물이 나와있어 개인집인가 기웃거렸더니
꼭두연구소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넙빌레(10.0km)
빌레는 제주말로 '자갈', '돌' 등을 뜻하는 말이고 넙은 넓다라는 말을 가지고 있기에 넙빌레는 넓은 자갈마당이나 넓은 돌무더기터를 의미한다.
차디찬 용천수 피서지로 유명한 넙빌레.
예촌망(12.8km)이제 쇠소깍만 남아있다.
이제 5코스도 완주다. 걷는 중에 비가 계속 내렸다. 1회용 우비를 입고 마지막 남은 길은 마음의 여유 없이 쇠소깍으로 향했다. 처음에 우비를 쓰지 않고 버텼던 내 옷에서 땀내가 난다. 5코스는 그렇게 어려운 코스가 아닌 쉬엄쉬엄 가는 길이다. 큰엉처럼 예쁘게 다듬어진 길도 있고, 또 해병대가 개척했다고 하던 해변 돌길도 있다. 그러다 고즈넉한 마을 돌담길도 만났다.
인생도 그럴 것이다. 평안한 길이 있으면 또 고비를 넘을 만한 언덕이 있고, 또 날씨가 좋기도 하다가다 또 비를 만나는.
그러나, 그 길을 헤쳐나가면 끝이 보일 것이다. 그 끝은 완전하게 완성된 길은 아니더라도
우리 서로를 위해서 박수를 쳐주자.
길위를 걷는 사람과, 인생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쇠소깍에서 애마가 주차하고 있는 남원포구로 돌아오려고 택시를 탔다.
걷는 것이 그렇게 길지 않기 느껴졌는데 오히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요금이 9,500원이나 나오는
난 순간 내가 운전수아저씨에게 목적지를 잘못말했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 애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올레길은 걸어온 길 보다 차로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남편도 나름 뿌듯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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