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정상에서 춤추는 억새(2013. 10. 5)
민둥산의 사전적 의미로는 산에 나무나 풀 따위가 없어 번번한 산이다. 그런 민둥산에 억새축제를 한다고 해서 가을이면 사람들이 몰려온다. 2011년에 청량리역에서 무궁화로를 타고 민둥산역에 올라갔을 때 사전적 의미가 각인되어서 일까? 억새라는 정보만 듣고 높이나 나머지는 보았어도 그냥 흘러버리고 올라간 산, 처음부터 만만한 산은 아니었다. 그러다 올라가서 너무 지쳐 이번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가려고 하다 모객이 되지 않아 명성산으로 토스했으나 그곳도 모객이 안되어 민둥산으로 가게 되어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기차를 타고 갔을때는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민둥산기차역에 내려 민둥산에 올라가기 까지 걷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여행사로 가니 버스가 입구까지 가니 그 점은 편안했다. 28,500원이면 기차보다도 저렴하다. 국내여행사로 산행관련 여행일정은 차편을 이용해주고 산행은 자유로워서 혼자 장거리 산행갈때는 즐겨 하는 여행패턴이다.
이번도 시청역에서 6시 30분에 차를 타고 민둥산역에 도착하니 10시다. 조금 이른 산행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여행팁 일찍 오르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으면 길이 넓지 않아 기차놀이처럼 줄지어 간다는 것.
산행(1,119m), 왕복 3시간
증산초교 ⇒완경사⇒쉼터⇒정상⇒쉼터⇒완경사⇒증산초교
증산초교에서 산행이 시작한다. 지도상으로는 정상까지 1시간 40분 표시가 되어 있다.
상행할때는 조금 더 걸리고 하산시에는 덜 걸리면 왕복 3시간 정도면 될 것 같다.
사람들 마다 나름 속도가 다르겠지만
민둥산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지도를 집어 왔지만 산행에서는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정선여행을 계획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이제 시작이다. go.go.
산악회에서 일행들을 위해 안내표지로 리본을 나무에 표시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무에 달려있는 리본을 수거하는 자연보호도 함께 하면 좋을텐데. 우리도 직장에서 산행으로 행사를 계획하고 사전답사에 리본을 달고 하산하면서 리본을 제거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난다.
민둥산은 처음부터 오름이 시작된다. 그러다 완경사로 가는 길과 급경사로 가는 길,
두가지 갈림길 선택이 보이면 초보자는 누구나 완경사로 시작된다.
그러나 산행하면서 완경사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명칭에서 오는 편견때문에 거침 숨을 쉬며 계속 그렇게 걷는다.
잠깐 숨을 고르느라 정선시내를 내려다 본다.
완경사로 가는 길, 약간의 오름과 내림이 있어 초입보다는 힘이 덜 든다.
그러나 길이 좁아 물을 마시려고 쉴만한 곳이 찾기 힘들다.
전나무가 쉼터까지는 계속 이어진다. 긴 시간을 이겨낸 나무가 우리의 햇빛을 가려준다.
우리는 거침 숨소리를 내며 자꾸만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다 전나무의 장대같은 그 꼿꼿함에 위로 받고 다시 걷는다.
쉼터, 지도상으로는 딱 1시간 지점이다.
감자부침과 도토리묵에 막걸리가 생각났지만,
이곳에서 화장실만 이용하고
하행할 때 한잔하려고 스틱을 꺼냈다. 내 산행을 위하여 스택에 보조를 받고 다시 산에 오른다.
쉼터에서 부터 정상까지 계속 오름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정상에 억새가 보인다.
멈출수 없는 억새의 부름을 받고 계속 오른다.
주변산 정경이 어우러져 정상에서 보는 시야가 탁 트인다.
정상위에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을 것 같다.
하늘의 구름아래 펼쳐진 그곳을 향하여 계속 올라간다
큰 나무아래 전망대가 있다.
나무아래 그늘에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지만 먼저 온 무리들이 쉬고있다.
난 계속 고지로 향했다.
이웃하는 산새가 정겹다.
같은 키 높이의 산능선이 어깨를 같이하고 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양쪽으로 억새가 만개했다.
바람에 리듬을 맞추어 억새가 춤을 추고있다.
그것을 보러 온 사람들의 얼굴이 발그스름하다.
오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화답으로 주어지는 그 억새군무
저 꼭대기에 파라솔이 보이는 곳이 정상이다.
해발 1,119m라는 표시가 훈장을 받는 것 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난, 이곳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인증샷은 생략하고 대신 시원하게 한주발 막걸리를 2,000원을 주고 들이켰다. 정상에는 민둥산이다 보니 그늘이 없다. 그러나 어떠랴. 정상에서 억새를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이냐. 잠시 정상에서 싸온 포도를 먹으면서 산아래의 풍경이 편안하다. 내가 무엇이 된 것처럼 마음이 넓어진다.
이제 다시 내려간다. 그래서 더 여유롭다
석양에 이 억새물결을 보면 장관일 것 같다.
억새의 노래를 뒤로 하고 내려온다. 처음 산행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동거리가 좀 멀다는 그런 불리함에도
아이들도 제법 많이 오른다.
오르느라 지켜보지 못한 전나무의 늘씬한 자태가 마음 속까지 시원하다.
내려오는 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얼마큼 남았냐고 묻는데 고민이 된다.
솔찍한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희망을 주어야 하는지
서로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어느덧 하산 길, 마지막이다.
처음에는 멋모르게 올랐던 민둥산이 내게 큰 매력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오른 길에 새로운 느낌이다.
자연은 그렇게 시간이 변함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저 멀리 보이는 하늘 빛이 너무 파랗고 예뻐 카메라에 담았으나 그 색깔을 품어내지 못한다.
할 수 없이 마음에 새기는 수밖에
이번 여행은 처음 목적지는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국내여행사를 따라 가는 걸로 정했다. 혼자 산행만이 목적이면 국내여행사를 따라 가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가격면에서도 그렇고, 차편을 연결해주고 편리성도 좋다. 산에 올라가면서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추어 페이스를 조정하며 올라간다. 혼자 여행하면서도 차편과 혼자 누릴 수 있는 자유, 두가지를 다 가질수 있는 장점. 그래서 내가 즐겨하는 여행의 종류이다. 하지만 모객이 되지 않아 지리산은 포기하고, 조금 거리가 가까운 억새를 볼 수 있는 명성산으로 변경했는데 또 전화가 왔다. 그 곳도 모객이 되지 않아 여행이 취소되었다고, 하지만 민둥산은 확정되었는데 변경하지 않을거냐고. 잠시 망설였다. 정선이라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과 저번에 갔을 때 처음 산행에 힘든 기억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민둥산은 낯선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산은 아니다. 이름에서 오는 그런 편안함은 없다. 하지만 정상에 누가 그 아름다운 억새군무의 장관을 숨기고 있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오르는 길에 정상에서 잠깐씩 보여지는 억새를 보면 힘이 솓는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 까다로워 보였던 그 산품도 그냥 정상에 서면 잊어버린다. 펼쳐진 이웃 산새와 푸르고 높은 하늘아래 바람에 리듬을 맞추고 흐느적 거리는 억새에 그냥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또 다음을 기약하고 양 쪽으로 펼쳐진 억새의 배웅을 받으며 내려온다. 정상에서 마신 한잔의 막걸리는 넉넉해진 산품에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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